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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휘두르며

스티커

0w0) 2018. 9. 1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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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어. 네가 꺼낸 말이었다. 원기둥 가판대가 돌아가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턱을 손으로 받치고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칸칸마다 비닐 포장지가 불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유행하는 가요가 말소리 속에 섞여 있었다. 너는 눈높이에 꽂혀있는 포장지를 집었다가 도로 놓았다. 음, 하고 길게 소리 냈다. 뭐가 좋을 것 같아? 나는 그때 회전목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가만 있지 말고, 좀. 야간개장의 놀이공원에 대해. 이거, 는? 모퉁이에 꽂혀있던 것을 네게 보여주었다. 너는 그것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기울여보았다.아, 이거 군데군데 금박이네. 그렇게 말하곤 내게 내밀었다. 봐봐. 네가 잘게 기울여주는 포장지 속에 조그마한 별들이 들어있었다. 뾰족하거나 둥근 모양을 띠고, 간간히 불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반쯤 투명하게 알록달록했다. 셀로판지처럼, 퍼레이드처럼. 밤하늘을 천천히 돌아가는 관람차처럼. 이걸로 할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고개를 저었다. 너는 씩 웃었다. 그래 그럼. 누군가 둘러보는 것인지 가판대가 빙글 돌았다. 색색의 스티커들이 팔랑거렸다.

계산원이 비닐봉투에 담아주었지만 너는 가게를 나서며 도로 꺼내었다. 햇빛 속에서 좀더 투명해보였다. 이거 붙이려고 떼내는 것도 일이겠다. 너는 스티커를 유심히 들여보고 있었다. 휴일의 상점가에는 사람이 많았다. 너는 손톱만 한 별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낮의 길가에 서서. 걸어가고 걸어오는 사람들 속에서. 바스락 소리를 내는 얇고 투명한 스티커 별들. 관측하는 양 조용한 얼굴을 보았다. 마음은 가본 적도 없는 서늘한 밤으로, 느리게 도는 회전목마로 흘러갔다. 그게 너와 상관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는데 자, 하고 네가 스티커를 내밀었다. 눈을 깜박거렸다. 두 손을 내밀어 받았다. 이거면 돼? 네가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빈 봉투를 흔들며 너는 걷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보폭을 맞췄다. 그거, 어디에 붙이게? 나는 조금 생각해보았다. 내가 말이 없으니까 너는 더 묻지 않았다. 아마도 안 쓸 거야. 두 손으로 포장지를 꼭 잡았다. 괜찮은 곳이 생기면. 문득 네가 아 배고파, 하고 투덜거렸다. 뭐 좀 먹자, 하고 돌아보길래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먹지, 하고 너는 햇빛이 드는 큰길로 넘어갔다. 거기에 붙일게. 따라서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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